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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권리와 유해물질(술담배 등)은 현재 청소년에게 허락되어 있지 않다. 정치적 권리의 경우, 청소년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정치 상황 등의 시사와 동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유해물질의 경우 신체의 성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충동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된 것이다. 얼핏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논리이지만 이곳에는 큰 함정이 숨어있다. 청소년은 지금까지 이 논의 자체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는 함정이다. 즉, 당사자 없이 일방적으로 당사자를 제한하는 논의가 진행되어온 것이다. 인권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부여되는 권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것 또한 청소년의 당연한 권리이며 그 권리가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제정된 법률은 부당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을 피고인이라 가정한다면, 피고인 없이 열리는 재판이 어찌 정당할 수 있겠는가?
한국은 고조선 시대 이래 수많은 변화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왔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뿌리깊은 유교의식이 박혀 있었다. 민주화 과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왕과 신하, 아버지와 자녀등의 상하관계에서 지배계층이 피지배계층을 억압하는 구조는 지금까지 남아있다. 이런 구조 하에서 청소년은 하나의 피지배계층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들에게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그저 '보호'되어야 할 존재, '어린' 존재로만 인식되며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어른'이라는 존재에 의해 규정되고 제한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그저 수동적인 존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한국의 청소년이다.
만 19세. 정치적 권리를 얻게 되는 나이이자 유해물질 제한으로부터 해방되는 나이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만 19세라는 나이가 적절한지의 여부가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는 한번도 이 숫자에 합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청소년층 내부에서는 이 나이가 부당하다는 불만이 항상 제기되고 있으나 하나의 담론으로 자리잡지 못한 채 어떤 사회적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어린아이'로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폭력이 그들의 주장을 그저 '어린 나이의 치기' 정도로 격하시키며 묵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청소년을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나이 제한에 대해 전사회적으로 합의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권리나 유해물질등을 단지 나이로만 규제하는 것이 옳은지, 만약 그렇다면 어느 연령대가 적합한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규제해야 하는지, 혹은 규제가 필요없는 것인지등을 청소년과 비청소년이 함께 고민하는 장이 펼쳐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청소년'인가?
청소년과 비청소년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바로 '나이'이다. 출생 후 지난 시간으로 결정되는 한 사람의 나이는 권력 부여의 수단이 됨과 동시에 차별의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이에 따라 권력을 갖거나 차별받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이러한 나이주의는 먼 옛날 인류의 초창기 시절에서 그 시초를 찾을 수 있다. 생활을 영유하기에 앞서 '생존' 자체가 큰 화두였던 그 시기에는 오래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였고 존경받을만한 일이었기에 맹수의 공격이나 병, 혹은 전쟁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오래 버티는 사람은 분명 다른 사람의 우러름을 받을만한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고 전쟁의 위협이 거의 사라진 현대에서 오래 살아남는 것은 그에게 어떤 지혜가 있어서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즉, 이제 나이는 지혜의 상징이 아닌 그저 숫자일 뿐이다.
하지만 유교권 문화에 속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나이주의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이를 통해 청소년과 비청소년을 구분하며 청소년을 차별하고 있다. 앞서 논의한 사항, 즉 청소년은 만 19세라는 나이에 합의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것이 바로 그 예이다. 이제는 구시대적 담론이 되어버린 나이주의에서 탈피하여 청소년, 비청소년의 구분 없이 '시민' 모두가 참여하여 토론하고 합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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